• 2023. 6. 11.

    by. 무꾸 Muccu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6일, 미국의 골프투어인 PGA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창설한 골프투어인 LIV가 합병을 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PGA 소속의 프로 골프 선수들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할 정도로 정말 갑작스럽게 합병이 발표되었는데요. PGA와 LIV합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PGA와 사우디 LIV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는 전 세계의 골프를 대표하는 미국의 투어라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LIV라는 이름은 생소한 이름인데요. PGA (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 투어는,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 최대의 남성 프로골프 투어입니다. 1916년 미국에서 처음 설립된 PGA에서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2021~2022 기준 PGA투어 시즌은 4대 메이져 대회를 포함해서 페텍스컵 포인트를 부여하는 44개 대회와 페덱스컵 포인트를 기준으로 진행되는 플레이오프 3개 대회 등을 포함하여 총 47개의 대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LIV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 펀드가 후원하는 신생 투어로, 참가하는 48명의 프로 선수가 컷오프 없이 3라운드 54홀 경기를 하는 대회로, 리브(LIV)란 로마자로 54를 뜻하고 있습니다.

     

     

    미국 PGA - 사우디 LIV 소송전

    작년 6월, LIV가 공식 대회 출범을 위해서 유명한 선수들 영입에 막대한 이적료를 지급하고, 기존의 4배가 훌쩍 넘는 상금을 걸자 PGA에서 '스포츠 워싱' 논란을 제기하며 서로 소송전을 벌였습니다.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가 국부펀드(PIF)를 동원하여 PGA에 대항하는 슈퍼골프리그(SGL, 프리미어골프리그)를 출범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요. 그 후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등 11명의 스타 골퍼들디 최소 3000만 달러(약 338억 원)에서 최대 5000만 달러(약 563억 원)의 이적료를 받는 조건으로 프리미어골프리그 출전을 제의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PGA 투어, 유러피언 투어는 프리미어골프리그의 출범을 저지하기 위해서 강력한 징계 방침을 밝혔습니다. PGA 투어 커미셔너인 제이 모나한은 프리미어골프리그 참자가를 PGA에서 영구제명하겠다고 밝혔고, PGA 투어의 선수위원장인 로리 매킬로이도 프리미어골프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명예가 아니라 돈을 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스포츠 워싱?

    스포츠 워싱이란, 스포츠와 화이트 워싱(부패, 추문 등으로 인한 나쁜 평을 지우는 일)의 합성어로, 국가나 어떤 조직이 스포츠 정신과 게임의 열기를 앞세워, 인권 유린 등과 같은 부정적인 평판을 세탁하려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스포츠 팀을 후원 또는 운영하거나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스포츠를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인데요.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잡은 이후에 발생한 반체제 언론인 암살, 인권 탄압 등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스포츠에 오일 머니를 적극 투자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을 인수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사우디아라비아의 축구 리그에 영입한 것도 스포츠 워싱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었습니다.

     

     

    합병의 승자는?

    이번 합병의 진짜 승자는 사우디아라비아라라고 말하는데요. 합병을 하기 전 PGA와 LIV 둘 다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PGA의 경우, 프로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서 대회 상금을 올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LIV의 경우, 투어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예상보다 너무 낮아서 스폰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두 투어의 합병은 양측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너무 갑작스럽게 합병이 결정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LIV로 이적했던 선수들은 많은 돈을 벌고 다시 PGA로 돌아올 수 있게 된 반면, 그 동안 PGA를 지키고 있던 선수들은 허탈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큰 이슈는, 합병 이후에 투어의 운영은 PGA가 담당하지만 자금 투자는 LIV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합의를 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사회의 구성은 PGA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CEO도 선임하기로 했지만, 사실상으론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골프 투어의 전면에 공식적으로 나서게 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진정한 승리자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종 합병까지 남은 숙제는?

    위에 말했듯이 합병에 대한 문제들과 부정적인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합병이 되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일단 PGA 선수들의 집단적인 반발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고, 미국 정치권의 우려도 불식시켜야 하고, 911 희생자 유가족 등 일부 시민들의 규탄 여론도 잡재워아 하며, 관계 당국의 반독점 가능성 조사도 잘 피해가야 하는 숙제가 남았습니다.